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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미국 인디애나주 게리시카고 공항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구금된 이민자들이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서류미비
이민자들을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나라로 추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민자 신속 추방 정책을 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사전 통지하거나 청문회를 열 필요 없이 남수단이나 리비아와 같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나라로 신속하게 추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3일(현지시각) 미국
연방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유죄 판결을 받은 서류미비 이민자들을 출신국이 아닌 제3국으로 곧바로
추방할 수 없도록 한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의 명령을 중단시켰다.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은 이민자들이 제3국에서 고문을 당할 위험성 등을 판단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지로 추방을 긴급 중단시켰다. 이번 판결에 따라 이 하급심 판결은 효력을 잃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법원의 제동으로 아프리카 북동부 지부티 미군기지에 임시 구금해 둔 이민자들을 다시 남수단으로 추방할 수 있게 됐다. 남수단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며 내전이 발발할 수 있는 곳이다.
이번 판결은 이민자들을 위험한
제3국으로 추방하면서 제대로 된 반론 기회를 주지 않아도 된다고 허락해 준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법에 따르면, 정부가 불리한 조치를 취하기 전 이 사실을 통지하고
심리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인 연방 대법원은 하급법원의 명령을 중단한다고 결정하면서도, 이렇게
판단을 내린 이유에 대해선 따로 설명히지 않았다.
소수 의견을 낸 진보 성향 대법관
세 명은 다수 의견에 대한 강한 반대 뜻을 밝혔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판사는 “비시민권자라도 고문이나 사망 위험이 예상되는 국가로 추방되어선 안 된다는 것은 의회가 보장하는 권리”라며 “대법원 다수 의견은 법치주의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추방된 이민자들을 대리하는 레일라 강 변호사는 “대법원 결정으로 수천명의 외국인이 생명을 위협당할 수 있는 제3국으로
추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예전부터 이민자의
출신국이 송환을 거부하는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 애를 먹고 있었는데, 이번 판결로 신속한 제3국 추방이 가능해져 앞으로 대규모 이민 추방 정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안보부 대변인 트리샤 맥라플린은 이 판결을 “미국 국민의 안전과
보안을 위한 승리”라며 환영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추방 비행기를 띄우라”고
쓰기도 했다. 로이터는 이날 미국 행정부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인 리비아로 이민자들을 보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0일 미국 국토안보부가 추방이 확정된 8명의 이민자를 통지 없이
바로 아프리카 남수단행 비행기에 태워 추방을 강행하면서 시작됐다. 추방에 앞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미얀마, 베트남, 라오스, 필리핀
등 출신 이민자들을 연고가 없는 아프리카로 추방하려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이민자 쪽 변호인들이 정부가 제3국으로 추방할 수 없도록 해 달라는
소송을 냈었다. 4월 18일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은 제3국 추방 땐 10일간 이의 제기 시간을 줄 것 등을 명령했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신속 추방을 강행했다. 이에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이
긴급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행정부가 불복해 항소하며 사건은 대법원 판단에 맡겨졌다.
출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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