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 샘 캐나다 스토리

제목 :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가?

내 나이 벌써 40대의 중반에 들어왔다. 앞으로의 살날이 아직 많았음에도 만족하거나 감사하지 못하고 요즘들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지나간 날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참 많이 밀려오는 한주간이었다.

참 어렸었지 뭘 몰랐었지

설레는 젊음 하나로 그땐 그랬지

참 느렸었지 늘 지루했지

시간아 흘러라 흘러 그땐 그랬지

시린 겨울 맘 졸이던 합격자 발표날에 부둥켜 안고서

이제는 고생끝 행복이다 내 세상이 왔다 그땐 그랬지

참 세상이란 만만치 않더군

사는건 하루 하루가 전쟁이더군

철없이 뜨거웠던 첫사랑의 쓰렸던 기억들도 이젠 안주거리

딴에는 세상이 무너진다 모두 끝난거다 그땐 그랬지

참 옛말이란 틀린게 없더군 시간이 지나가면 다 잊혀지더군

참 세상이란 정답이 없더군 사는건 하루하루가 연습이더군

밤새워 뒤척이며 잠 못들던 훈련소 입소전날

술잔 나누면서 이제는 남자다 어른이다 다시 시작이다

그땐 그랬지

시린 겨울 맘 졸이던 합격자 발표날에 부둥켜 안고서

이제는 고생끝 행복이다 내 세상이 왔다 그땐 그랬지

철없이 뜨거웠던 첫사랑의 쓰렸던 기억들도 이젠 안주거리

딴에는 세상이 무너진다 모두 끝난거다 그땐 그랬지...

이적과 김동률이 함께 불렀던 “그때 그랬지..” 노래를 이곳 캐나다에서 다시 들어보니 한국에서 느낄수 없었던 또다른 감정이 한 가지 더 추가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국에서야 이 노래를 부르거나 듣고 나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또 언제 그랬냐는 생각에 다시 치열한 전쟁속에서 아파하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했던 지난날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지난날이 더욱 아련하게 야릇하게 남는 것 같다.

노래의 가사처럼 치열했던 지난날의 여러 기억들이 습작이 되어 온몸으로 전해져온다.

이 곳 캐나다는 정말 나이가 무색하게 각자의 삶을 즐기면서 남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나라인게 분명하다.

물론 여기가 한국인양 정신나간 한국이주민 몇 몇은 한국에서 하던 행태 그대로 이곳에 적용하느라 참 힘들게 어렵게 사시지만 대두분의 이곳 사람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삶을 영위하면 살아간다. 참 좋다.

나이는 그냥 숫자 숫자임에 불과하다? 란 말을 한국에서 어느 강연에서 들은적이 있다. 정말일까? 한국에서는 정말 그것이 어려운 것이다. 한국에서는 나이는 숫자를 넘어 육체와 정신을 죽음으로 이르게 하는 숫자인듯하다. 40대 중반인 나와 같은 연령때는 더욱 그렇다. 공무원이나 전문직 등 그 나이에 명함하나 내 놓지 못하면 그 나이는 화살이 되고 부메랑이 되고 도끼가 되곤 한다. 상대방의 눈빛부터가 달라진다. 무서운 현실이다. 거기서 아직 결혼은 안했다든지, 했다가 다시 싱글이 되었다든지..뭐, 약간 비상식적인 일이 있노라면 그 사람은 바로 그 인간,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한다. 내나이 40중반이면 최소한 그랜져 정도는 타줘야 하고 30평이하의 이름없는 아파트에서 전세로 산다면 그건 정말 큰 흠이 될 수 있겠다. 물론 내가 이야기한 것에 대한 반문도 있겠지, 요즘 한국도 많이 달라졌으니 그래도 내 생각에 아직 멀었다. 예를 들어 나같은 40대 중반이 아무런 직업없이 한국에서 어학원이나 다니며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즐기며 함께 어울려 지낼 수 있을까? 아마 어학원에서도 무슨 큰 전염병이라도 걸린 중환자처럼 멸시하고 천대하고 냉대할 것임이 자명할 것이고 뒤에서는 “정모씬, 그 나이 되도록 뭐했어...무능한 사람..쭈쭛쭛..” 이렇게 뒷담화를 털어놓겠지...

하지만 이곳 캐나다에서 산 나의 4개월은 그런 감정은 전혀 느껴보지 못했다. 처음에는 언어가 안되니 뒤에서 욕을 하는지 칭찬을 하는지 전혀 못알아들었지만 지금은 대충은 알아듣겠다. 하지만 무능하기보다는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고 격려해주고 자세히 알려준다. 에이 앞에서는 그렇게 잘해주고 뒤에서 욕들을 하시겠지...전혀 그렇지 않다. 왜냐면 한국사람들은 그럴 수 있다. 앞에서는 천사의 미소로 웃으면서 “정모씨 대단하세요. 늦은 나이에도 직업 없이 수입 없이 이렇게 학구열에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 보기 좋아용~~블라블라~” 하면서 스믈스믈 멀어진다. 하지만 이곳은 전혀 그런 분위기 아니다. 모든 활동과 모임에 내가 싫어서, 아파서 안가는 것 빼고는 나를 빼는 경우는 없다. 어제는 이곳 몬트리올에서 나같이 언어 공부하는 학생들이 함께 모여 체육대회, 파티 등을 하는 Montreal International Day였다. 나는 집에 일이 있어 중간이 일어났지만 모두들 아쉬워 하는 입장이었다. 모두들 내가 먼저 일어나려고 하자 “Oh~~James~NO~~”하면서 아쉬운 표정이 장난이 아니었다. 내가 뭐 40대중반에 축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도 돈이 많아 모두들에게 피자나 맥주한잔 사주지 못했지만 그들은 나의 존재감 그 자체를 귀히 여겨주었다. 함께 조별 모임, 발표, 또 점심시간, break time에도 나를 같은 학생으로서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었다. 대부분의 나이가 20대, 30대 초반인데 내가 잠시나마 그들과 같은 나이가 된 것 같은 착각도 하기엔 충분한 대접이었다. 한국에서처럼 “형님, 형님”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어깨를 두드리고 “비쥬~”(양볼에다가 입을 맞추는 서양인사)를 하면서 친근한 친구이자 스터디 메이트가 된 것이 나에게는 얼마나 감사한지 모를 일이다.

이곳에는 나처럼 늦은 나이에 공부하러 온 사람들이 참 많다. 한국인들이 단연 최고로 많고 그밖에도 중남미 40대부터 이민을 꿈꾸는 60대 “이란 할아버지”도 함께 공부하지만 그들이 같은 학생 그 이상 그 이하로도 취급하지 않는다. 그냥 함께 공부하는 학생이자 친구인 것이다. 별것 아니지만 나에게는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이곳에서 공부하시는 사람들 만큼은 남들의 눈치를 보거나 본인의 연령과 지위에 대하여 남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한국인들은 워낙 그런것에 전통적으로 관습처럼 교육받아 왔기 때문에서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본인 스스로가 자격지심이 생겨 맨 뒷좌석에 조용히 앉아 공부하다가 종치면 후다닥 살아지는 몇분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전혀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하여 무례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없다. 남을 배려하는 모습을 정말 대단하고 우리가 배울점이 많다. 나도 이제 입에 무조건 “I’m so sorry~”입에 붙었다. 내 잘못이 아니어도 “암쏘쏘리”, 상대방도 “암쏘쏘리”, 나도 “암쏘쏘리”....모두가 그렇게 미안해 하고 죄송해하고 양보하고 배려한다.

회전문이든, 자동문이든, 수동문이든 절대로 지혼자 지나가는 법이 없다. 뒷사람이 혹시라도 다칠까, 불편해 할까, 뒷사람에 대한 배려가 자동으로 묻어나온다.

지난번에는 예쁜 금발의 여인이 먼저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면서 내가 탈동안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있었다. 그러면서 암쏘쏘리 한다. 도대체 뭐가 미안하시지~~그리고 말걸면서 또 암쏘쏘리 8층간다고 하니 나의 어눌한 발음에 다시 쏘리~~(잘 못들었으니 한번더 말해줘요). 그리고 친절하게 8층 눌러주면서 잘못알아들어 많이 미안해 했다.

실은 내가 영어발음이 안좋은 거고, 대신 문열어주고, 기다려주고, 대신 8층 눌러주신 그 금발이 아가씨가 5번정도를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우리 한국인의 상식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그녀는 10층인데 나 때문에 더 늦게 가는 것인데 오히려 나에게 미안해 한다. 나이에 무거운 우리의 어깨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잠시 샛길로 갔다.

내가 이곳 캐나다가 좋은 여러 가지 이유중에 난 내 나이를 잊게 해주는 나라여서 참 좋다. 이 늦은 나이에 안되는 실력과 머리로 언어공부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런 나에게 지심어린 격려와 함께 진한 멤버십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이 나라와 이곳의 사람들이 난 참 좋다. 먼저 쏘리(미안해) 하고 땡규(감사해) 하는 이곳 사람들이 나는 참 좋다.

그래서 이 늦은 나이에도 꿈을 잃지 않고 열심히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많은 나라인 것 같다.

그래서 비록 양복입고 깔끔한 게 일하는 사무직은 아니어도 자신의 캐리어와 기술을 가지고 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이곳에서는 최고로 존중해주는 이 나라가 참 좋다.

2주전에는 우리집이 이사를 해서 주소를 옮기려고 은행에 갔었는데 내 앞에서 대기하는 사람은 한국으로 치자면 목수(노가다)를 하시는 분이었다. 흙묻은 작업복에 투박한 등산화같은 작업용신발, 각종 공구상자, 안전모, 안전띠 같은 걸 온몸에 두르고 긴 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참 놀라운 건 그 많은 대기하는 사람들이 그에게 양보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불쌍해서가 아니라 진실로 존경과 감사의 눈빛이었다.

나중에 들은 것인데 은행에서 가장 선호하는 직업군으로 대출금액이나 크레딧이 일반 사무직보다 몇 배가 높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분은 일반 상담석이 아니라 VIP상담실로 안내를 받고 이동하시더라....허허허...

한국에서라면 문전 박대라도 받을 만큼 온몸에 흙이 묻어 먼지투성이 가이였는데 말이다.

나중에 일을 보고 나오는데 지점장 같은 분이 문도 열어주고 짐도 들어주고 밖에까지 마중나가시더라.

그의 직업은 폴리머(배관공)이셨다. 이곳에서 급여가 의사만큼 높고 요즘같은 일하기 좋은 날 몇 달만 일해도 춥고 긴 겨울을 따뜻하고 안락한 곳에서 편히 보낼수 있다고 하더라. 험한일 힘든일 하시는 분이 대접을 받는 나라, 이곳 캐나다인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도 기술자에 대한 인지도만 많이 높아졌고, 한국의 젊은이들도 문과보다는 공과계열로 선택하는 것이 많아졌지만 같은 값이면 다들 땡볕에서 작업모쓰고 개고생하는 하기보다는 시원한 사무실에서 컴퓨터보는 직업은 선호하리라. 하지만 이곳은 좀 다른 것같다. 자신의 적성과 기술에 맞게 무엇을 선택하든 누구하나 손가락질하는 법이 없고 존중해 준다. 오히려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이들은 최고로 존중해 주고 그에 맞는 높은 보수를 지급한다.

끝으로, 캐나다에서 존경과 높은보수를 받을 수 있는 기술교육을 하는 직업학교에 대해 잠깐 소개하고 글을 마무리한다. 내가 사는 이곳 퀘백주는 여러 가지 이민프로그램이 있는 데 그중에서도 승인율이 높고 취업률도 높아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이 PEQ(휴학후 이민 신청 프로그램)이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1)CAQ/어학원(6개월~10개월) 2)기술학교(14개월) 3)워크퍼밋(취업비자3년) 4)인터뷰 5)PEQ/영주권신청 등의 단계를 거쳐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과정이다. 자세한 것은 다음에 설명하고 이런 과정은 나이제한이 없어 나같은 40대 중반에게는 좋다. 물론 요즘 승인기간이 좀 길어졌고, 심사도 좀 까다로워졌으나 오늘의 주제인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에 가장 최적화된 케이스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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