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법인대양
 
입학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내가 다녔던 멜본의 Monash은 세계 50위권 정도의 명문 대학이라고 한다. 혹은 그 이후에 무한 발전을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실상 호주의 대학들은 겁나게 좋다. 한국에서의 지존 서울대가 60위권 정도라고 하지만 세계 100위권에 호주 대학은 11개나 들어 있고 Monash 대학보다 상위 랭크에 있는 학교도 무려 4개나 있다.
호주에서 G8이라고 하는 8개 학교(호주 국립대, 시드니대, UNSW, 멜본대, 모나쉬대, UQ, 아들레이드대, UWA)가 그야 말로 명문이고 서울대와 비슷한 세계 60~70위권에 다 랭크가 되어 있다.
물론 평가 기관에 따라 순위는 달라지겠지만…
G8의 학교를 졸업한다면 뉴질랜드나 동남아 등지의 호주 주변국에서는 학연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니 내 생각으로는 한국 내에서는 미국 대학의 학연으로 인해 호주 대학의 인지도는 평가 절하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여하튼 호주에서의 대학원 공부는 정말 험한 길이었다.
첫 Assignment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어느 시내의 하수구를 설계하는 것이었는데 그 동안 컴퓨터 언어라는 것을 마치 외래어처럼 느끼며 본 경험만 있지 만져 보지도 못한 내가 프로그래밍까지 무슨 재주로 할지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
방법이 없어 학과 도서실이 끝나는 12시까지 놀다가 졸다가 하면서 기다리곤 마칠 시간 즈음에 준비해 두었던 검정 비닐 백에 모든 쓰레기 통속의 종이를 다 집어 오는 것을 2주간이나 했다.

그 당시에는 Dot Print라고 찌지직거리며 나오는 것이 있는데 여기에 혹시 숙제 내용이 Print out 되어 있지는 않을까 하여 프린트 종이를 다 들고 집으로 오는 것이었다. 간혹 음식물 쓰레기, 사과 껍질이나 쵸코렛 봉지도 들어 있지만…

처음에는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것이 무슨 기호 같았지만 자꾸 게속, 쭉~ 보니까 일단 내 숙제와 남의 숙제 구별은 가게 되었고 이를 순서대로 짜집기를 하고 도무지 모르겠으면 무대뽀로 교수 찾아 가서 마치 내가 여기까지는 했는데 그 다음은 답이 안 나온다고 하면 또 이 교수들은 잘 가르쳐 주는 편이고….
교수만 찾는 것이 아니고 같은 과 학생에게도 가서 무턱대고 알려 달라는 떼도 많이 썼다. 물론 학교 내 PUB에서 맥주 값으로 과다 지출한 것도 있고(청소해서 버는 것은 한정이 있는데… 여하튼 공부 못하면 몸도 고생, 돈도 많이 든다.) 이런 식으로 Assignment를 하나 마치면 매주 나오는 다음 Assignment에 늘 머리에 쥐가 나고 도대체 내가 무슨 호강을 하려고 이런 험악한 공부를 아내 고생시켜 가며 날씨도 험악한 곳에서 하는지 인생 전반에 걸쳐 여러 번 다시 생각하곤 했다.

그래도 나를 많이 도와 줬던 우리 Room Mate(대학원생은 공부 방을 준다.)가 있어 그나마 학교 다닐 맛이 났다.
Room Mate는 인도 출신 여학생이었는데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질 않고(대개 조금 덜 잘사는 나라의 유학생들은 엄청난 계급의 자녀가 많다.) 여하튼 키가 170m 정도의 완벽한 S라인 모델 수준으로 마치 아이돌 마냥 그 포스가 완전 쩔었다. 쵸코렛 색 피부(난 이런 연유로 아직도 쵸코렛을 탐닉하고 제일 좋아하는 색도 쵸코렛색이다.)가 윤이 났고 더욱이 나를 잘 챙겨 주었다.
만약 미혼이었다면 열심히 꼬셨을텐데…

그 때가 신혼이었는데도 Room Mate가 가끔 안보이면 지금 뭐하고 있나 궁금하기도 했다.
더욱이 뇌살 적인 것은 커다란 눈을 반쯤 뜨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눈을 잠깐 깜빡 거리면 끝이지만 윤기 나는 쵸코렛색 피부에 반짝이는 하얀 눈을 반쯤 뜨고 게슴츠레 지긋이 나를 쳐다 보고 있으면 이미 나의 뇌세포 몇 개는 없어지게 된다. 그 것도 매우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알려 달라고 앙탈을 부리면서…

인도 여자 중에 미인은 정말 예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우리 Room Mate였는데… 아마 이 인도 여학생이 없었다면 학교에 정 붙이기가 쉽지 않았을 꺼다.
내 아내도 보고 극찬을 한 한 미모 하는 학생이었는데 내 아내는 순진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스스로 외모에 자신이 있어서 그랬는지 혹은 나를 믿어서 그랬는지 내가 인도 여학생 때문에 학교 생활이 즐거웠다는 것을 별로 의심하지 않는 눈치였다.

한 학기에 세 과목씩 해서 1년에 6과목을 했는데 결국 하나는 Fail을 했고 능력도 그렇고 돈 문제도 그렇고 1년을 휴학하기로 결심했다.

무작정 휴학을 하곤 청소 일보다는 좀 더 좋은 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역시 가진 경력이 없다 보니까 3D 업종 외에는 찾기가 쉽지 않아 실업 수당을 타 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그 때엔 자존심이라는 것이 허락하질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전혀 쓰잘데 없는 자존심이었는데..

호주에서 실업 수당을 신청하면 먹고 사는데 그다지 큰 지장은 없다.
아이들이 많다면 아무 Job이 없는 것이 육아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실제로 카톨릭이나 이슬람 국가 사람들은 낙태를 하지 않기에 아이들이 많고 호주인들의 출산율은 저조해서 “애를 낳읍시다” 광고도 열심히 벌이고 있고 또한 출산 장려금도 꽤 지급을 한다.
내가 본 레바논 인은 아이가 무려 9명 정도 되어서 12인승 버스를 가족 나들이에 굴리고 다니기도 하며 이는 흔한 편이다.
이런 경우는 아마 아이 우유값, 실업 수당, 자녀 수당, 집 값 보조 등으로 월에 몇 백 이상의 수당을 받으며 오늘 저녁에도 스테이크를 굽고 있을 것이다.

호주는 우리 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학비나 병원비 등이 정부에서 무료로 지급이 되니 집안에 누가 불치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재산을 몽땅 날리는 일은 거의 없지.
또한 돈이 없어 대학을 가지 못한다거나 하는 경우도 없다.

돈을 벌어야 하는 성인(18세 이상)이 Full Time으로 대학을 다닌다면 Austudy라는 생활비 보조 프로그램이 있어 공부할 기간에 먹고 살 정도의 돈은 정부에서 준다.
집을 떠나와 있으면 집과의 거리, 부모님의 경제력 등을 감안하여 약 80~120만원 정도의 생활비가 주어지고 이는 물론 갚지 않아도 되는 복지 혜택이다.

학비도 HECS, Fee HELP 프로그램으로 정부가 미리 융자를 해 주고 추 후에 취업을 해서 세금으로 조금씩 내면 되는 아주 좋은 시스템도 있다.
난 아직도 HECS의 학비를 세금을 통해 갚고 있는데 월에 몇 십불 수준이라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고 벌써 졸업한지 20년 이상 되었는데 언제까지 갚을지도 별로 알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냥 알아서 세금으로 잘 떼어 가겠지 하는 생각이라 그냥 그러려니 한다.

자료 – 유영석 법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