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법인대양
 
손이 떨렸다. 커피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까마득하기만 하다. 첫손님 얼굴을 곁눈으로 힐끗 살폈다. 뜨거운 커피 한 모금을 홀짝거리더니 중년의 남자는 만족한 표정으로 가게 문을 나섰다.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 내쉬었다.
신종모(51)씨 커피장사는 이렇게 두려움으로 시작됐다. 편의점 한 켠에 커피장비를 들여 놓고 ‘컨트리스타일(Country Style)’ 간판을 내건 날이 2007년 3월1일. 다른 건 몰라도 첫손님 표정과 그날 커피 20잔을 팔았던 건 뚜렷이 기억한다.

신씨가 미시사가 번햄쏘프/카쓰라의 편의점을 인수한 때가 2000년 5월. 1998년에 이민 와서 다들 그렇듯 2년을 빈둥거렸다. 이른바 모색 기간. 더 놀고먹을 수 없어 ‘써니스 버라이어티 앤드 기프트샵’이란 긴 이름의 가게를 권리금 15만 달러에 사버렸다.
주 매출은 2003년에 1만6천 달러까지 올랐다. 가게를 잘못 샀다는 불만은 어느덧 눈 녹듯 사라졌다. 그때가 꼭지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코앞에서 폭탄이 터졌다. 두 집 건너 옆집에 달러스토어가 생겼다. 그 가게는 초전박살 각오인지 문 열자마자 담배를 파격적인 헐값에 뿌려댔다.

이렇게 모래성을 쌓다 허물었다 하길 3년. 그래서 내린 마지막 결론이 “이 위치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하면서 어디 가서 무엇을 할 수 있으랴. 눌러 앉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장을 내자.”
사람들에게 조언도 듣고, 신문ㆍ잡지ㆍ전문서적도 열심히 읽고, 다들 가기 싫어하는 세미나에도 참석해보고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샵인샵’이란 말을 접했다. 우유부단하기만 했던 신씨는 주저 없이 커피점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습관성 기호식품인 커피를 그 동안 눈여겨보고 있었다.

문제는 돈. 투자비 내역을 뽑아보니 5년간 프랜차이즈피 1만 달러 일시불, 장비ㆍ공사비 2만5천 달러, 디자인비용 5천 달러, 간판 등 1만 달러, 자재 등등 기타비용 1만 달러... 도합 6만 달러.

현금은 현재 가게운영비 빼면 땡전 한 푼도 없었다. 은행으로 달려가 사업계획서를 들이밀었다. 전액 대출을 받았다. ‘써니스 버라이어티 앤드 기프트샵’란 긴 이름도 버렸다. ‘컨트리스타일 컨비니언스’ 간판을 내걸고 마지막으로 앞치마 유니폼 3개를 샀다. 부부 각 1벌씩, 예비 1벌 더.

신씨의 샵인샵 작전은 이렇게 진행됐다. 요즘은 평균 80잔 정도는 팔린다. 월 매출로 따지면 3,200~3,500달러.

신씨는 커피가 불러온 시너지 효과를 정확히 계산해낸다. 커피 덕분에 복권 매출이 15% 이상 올랐다. 커피 마시면서 심심풀이로 복권을 사는 사람이 많아서인 듯하다. 또 옆 달러스토어에서 담배를 헐값에 밀어냈지만 커피를 시작한 이후 담배 매출 하락세가 멈췄다. 올 겨울부터는 오히려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성공 아닌가? 커피는 그보다 더 큰 보람을 안겨 주었다. 커피가 아니었더라면 특히 춥고 잔인했던 이 겨울을 어찌 넘겼을까? 우울증 걸리지 않고 새 봄을 맞은 것만 해도 돈으로 따지기 힘든 선물이다.

몸이 바빠지니 건강도 좋아졌고 돈도 벌리고, 가정에도 활기가 넘치고. 이거야 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태워 불까지 쬐는 격. 신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올 봄에 포스(POS)시스템을 도입하고, 진열을 혁신해 맥스 프랜차이즈 가게 수준을 능가해보려 한다.

출처 - 캐나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