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법인대양
 
캐나다 한인사회에서 수의사는 무척 생소한 직업이다. 한국에서 수의사로 활동하다 이민 후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은 더러 있긴 했어도, 한인 동물병원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였다.
그 미지의 길을 개척한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어반(Urban)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래 원장이다. 언어 장벽 없이 수의사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한인사회 입장에선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김정래 원장은 서울대에서 수의학을 전공하고 한국에서 16년 전에 수의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캐나다에 정착한 것은 2007년 6월의 일이다. 그의 동물병원은 밴쿠버 다운타운 버라드가와 데이비드가 교차점 인근에 위치해 있었다.

“수의사 자격 시험 ‘끈기’로 준비하다”

- 한국의 수의사 자격증을 캐나다에서 인정받을 수 있나요?
별도의 면허 시험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한국 수의사가 이곳에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국가가 수의사 면허를 주관하지만, 이곳에서는 협회가 관리하죠. 때문에 수의사로 일하고 싶다면 협회 등록부터 해야 하죠.

- 자격증 취득 과정을 좀 더 상세히 알고 싶은데요.
한국에서 수의학과를 졸업했다고 해서 바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캐나다 연방협회 시험을 통과해야 해요. 외국 수의사인 경우 우선 등록 후 영어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그 후에는 수의사고시라 할 수 있는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실기시험은 3일에 걸쳐 치러지는데, 꽤 까다롭기도 하거니와 비용도 만만치 않죠.(실기시험 전형료만 7000달러) 아, BC주 협회는 한 가지를 더 요구합니다. 수의사법 시험에도 합격해야 해요.

“직업 전선 뛰어들기 전 캐나다 문화부터 이해할 것”

- (이민자 입장에서 보자면) 수의사 자격증만 취득한다면 정착 과정도 한결 수월해질 것 같은데요. 일단 전문직이잖아요.
저도 처음엔 그럴 줄 알았어요. 수의사가 인기 있는 직업이니까 자격증만 취득하면 이곳 저곳에서 모시러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심각한 착각이었죠. 캐나다에서는 전문직이라도 인맥관계가 전무한 외국 수의사의 경우 취업의 기회가 현지인보다 적은 것 같습니다. 처음 정착한 곳은 앨버타 주 캘거리였는데, 캐나다 수의사 면허를 준비하면서 캐나다 동물병원 경험과 그들만의 문화를 익히기 위해 1년 이상 자원봉사자로 일했던 것이 결국에는 취업에 많은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캐나다 사회의 문화와 캐나다인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 지금의 동물병원은 언제 열게 된 거죠?
2011년 3월이니까, 개업한 지 이제 1년 가까이 됐네요.
지금 병원은 86년부터 이 자리에 있었어요. 그 병원을 제가 인수해서 새 단장을 한 거죠. 보다 나은 서비스와 원활한 진료를 위해 최신식 장비를 도입하는 등 시설을 확충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내 꿈의 종착지는 한인 동물병원 연합”

- 캐나다인의 성향을 잘 이해하는 것이 창업 희망자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겠네요.
그렇지요. 제 경우도 수의사로 일하기까지 시행착오를 적지 않게 겪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제가 밴쿠버에서 거의 유일한 한인 사회 수의사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분야에 도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후발주자를 돕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요.
캐나다 수의사 면허를 받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수의사로서 일을 어떻게 시작하고 더 나아가 개원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많은 한인 수의사들이 캐나다에 와서 이곳 수의학 발전에 기여했으면 좋겠어요. 그들에게 개원 선배로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요. 밴쿠버 다운타운에서만 병원을 운영하게 되면 한인들에게 한정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지요. 앞으로 우수한 미래의 한인 수의사들과 협력해서, 메트로 밴쿠버의 여러 지역에서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출처 – 밴쿠버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