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 샘 캐나다 스토리

제목 : 아픈 손가락(아내의 글)

작년 2017년은 정말 우리가정에서 가장 견디기 힘 든 위기였다. 한국에서 남편에게 일이 생겨 건강이 여의치 않아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다가 좋은 곳에서 여생을 마감하고 싶은 막연한 생각에 이 곳 캐나다를 찾아 온 것이 벌써 넉달이 다 되어 간다.

정말~ 후다닥! 번갯불에 콩을 볶아 먹듯이 두달 만에 캐나다에 이주를 했다.

남편이 정말 힘들어 했고, 나 역시 이러다간 밉지만 하나뿐인 남편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나와 우리 아이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남들은 모두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선택한 해외생활이 우리에게는 어려운 상황의 연속에서 발생한 또 하나의 어려움이었다. 그래도 매사에 긍정적이고 규칙적인 나는 ‘이왕 캐나다에 가는 거, 아이들 영어교육도 하고 남편의 건강도 회복되면 좋지 않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전화위복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램에 마음을 추스르고 추슬렀다.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어떤 짐을 싸서 캐나다로 보내고 어떤 짐을 버리고, 어떤 짐을 친지들에게 나누어 주었는지 정확하게 계획하고 정리할 겨를도 없이 주섬주섬 싸서 보내고 남은 건 몽땅 좋은 이웃과 친지들에게 기부하는 맘으로 드리고 왔다. 지금 이곳 캐나다에 와서 생각하니 좀 아깝기도 하고 아쉬운 것이 한 둘이 아니다. 그렇게 우리가정은 캐나다의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셋째 아이 생일파티를 준비 중에 평소 알고 지내던 교회 집사님이 아침에 전화가 왔다. 내가 반갑게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기가 무섭게 그 집사님은 나를 쏘아붙였다. “그 집 셋째 아이는 왜! 우리아이의 날갯죽지를 때렸어요? 손 한번 안 되고 키운 애를 어쩜 그럴 수 있대요!” “작은 액션으로 극도의 고통을 느끼게 하려고...손가락을 움켜지고 우리 아이를 때렸어요.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어!”

갑자기 나는 심장이 머지는 느낌이 들었고, 평화롭던 우리 가정은 생지옥이 되고 말았다.

즐겁게 시작하려 했던 생일파티는 취소가 되었고, 어둠의 그림자는 그렇게 우리가정으로 몰려왔다. 자세한 내막과 사정도 모른 채 나와 남편은 막내아이를 채근했고, 아이도 놀라고 우리부모도 놀라고 황당하고 속상하여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상대방은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속사포로 뭐라 뭐라 이야기는 하는데 나는 귀에서 “삐이이이~~”하는 이상한 소리가 나는 듯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당장 사과하라.’고 고래고래 고함까지 치면 전화로 말했다. 나는 일단, ‘우리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확인하고 전화를 다시 드리겠다.’라고 말씀 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나 역시 너무 황당하여 셋째 아이에게 물어보면서도 너무나 떨리고 헷갈려 셋째 아이 이야기는 탁구를 치고 있었는데 그 누나가 먼저 ‘나도 탁구 칠래, 비켜 줘’ 하며 탁구채로 먼저 두 대 치기에, 우리 아이도 같이 때렸고 그 강도가 강하기보다는 가볍게 장난하듯 하고 그렇게 서로 기분 상하지 않게 잘 지냈다고 한다.

나는 아이에게 말 같지도 않은 훈계로 “때리면 그냥 맞고 있지! 왜 누나를 때렸어?”하면서 우리 부모는 겁에 잔뜩 질린 아이에게 심한 꾸중과 체벌도 하였다. 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그 집사님께 전화를 했다. ‘정말 정말 죄송하다.’ 가정에서 교육잘 시키겠다고 했더니 ‘엄마인 나도, 가족 구성원 중에 그 누구도 아이에게 손 한번 안되고 귀하게 키운 아이를 왜 건드냐~’라고 ‘장난으로 그런 것이 더 기분이 나쁘다’ 등의 합의점을 찾기에는 너무 먼 길을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편이 어떻게든 화해를 해 보려고 비싼 케이크를 사서 그 집의 앞에서 기다린 후 간신히 사과를 하고는 왔지만 이 모든 게 우리 아이만의 잘못인가~ 나는 차마 서로 장난치다가 같이 때리고 맞고 한건데 왜 우리 아이만 사과를 하고 죄인처럼 지내야만 하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아빠와 아이는 그 엄마에게 가서 ‘이곳 캐나다에서는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를 잘못 건들면 경찰서에 간다. 학교에서도 어린 여자아이들이 지나가면 남자아이들은 열중쉬엇 하고 있어야 된다는 등의 근거 없는 소리를 듣고도 아무 말 못하고 죄송하다고 사과만 거듭하고 왔다고 하니 얼마나 속이 상한지 모른다.

난 여러 가지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에 속병이 나고 말았다. 이 화살은 남편에게 돌아갔다. 한국에서 남의 일에 오지랖 넓게 행동하다가 병이 나서 ‘이 머나먼 땅 캐나다’까지 왔는데 이곳에서 와서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게 한다고.... 쏟아 부었다.

이곳 캐나다에서는 여자애가 먼저 장난을 치고 때려도 절대 같이 장난치면 안 되고 학교 OFFICE에 가서 얘기를 해야 된다고 한다. 절대 여자 아이의 몸에 손가락도 까딱하면 안 된다고 큰일 난다고 남자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꼭 알아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어려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본다.

남편이 어려운 일 당할 때는 그래도 참겠는데, 내 아이가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니 죽을 만큼 억울하고 힘들다. 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특히, 셋째 아이는 세 아이 중 사교성이 제일 좋고, 선후배 친구들에게서 인기가 많았던 터라 또한 학업 쪽에서도 혼자 공부하는 아이라 많이 의지하고 믿었었고 엄마, 아빠 따라 여기까지 데려 와서 ‘천덕꾸러기’를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겠다. 내 아픈 손가락! 막내아들이여 이번 일을 마음 깊이 새겨서 앞으로 어려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이겨내길 기도한다. 너도 아픈 만큼 엄마 맘도 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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