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 샘 캐나다 스토리

제목 : 퀘벡시티를 다녀와서(아내의 글)

드디어 퀘벡시티 입성!

오늘(7월 17일)은 우리의 결혼기념일, 벌써 19년차이다. 아직 마음은 청춘인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남편이랑 ‘결혼할 수 있다.’라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했던 24살의 나, 결혼식 후 제주도로 신혼을 떠났다. 그 당시 남편은 군인(육군중위)이었고, 신혼여행 숙소는 하룻밤 2만5천원인 군인호텔이 최고의 제주신라호텔, 하트 호텔만큼이나 버금가는 줄 알았던 순수한 시절, 남편한테 “내 친구 경순이는 ‘신라호텔’에서 보냈는데 우리도 하룻밤 정도만이라도 보낼 수 없나”는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신라호텔의 정문에서 사진 한 장 찰칵 찍고 나서 우리는 허름하고 남루한 군인호텔(말이야 호텔이지 귀곡산장임)에서 2박 3일을 보냈다. 나는 그 이후로는 여행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 집이 아닌 어딘가 여행 간다는 것은 그 귀곡산장만 생각이 났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뽀글뽀글 찌진 파마머리에 다크써클이 코까지 내려와 네 남자들과 같이 살다 보니 거의 집을 타잔의 옷차림으로 횡단하여도 전혀 부끄럽지 않고 목청만 커진 40대 아줌마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한국에선 예쁘고 친절한 ‘피아노 선생님’으로 불려졌건만 지금은 완전히 솥뚜껑 운전만 하는 전형적인 전업주부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하루종일 ‘점심은 무엇으로 할까? 저녁은 또 무엇을 먹을까?’ 이러한 고민의 일상이 이제는 나의 가장 큰 삶의 원동력이 된 이 시점이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캐나다에서 보낸 5개월의 숨가쁜 시절을 뒤로하고 우리는 나의 우상 공유님의 드라마 ‘퀘벡시티’로 여행을 떠났다. 우리남편은 그 옛날 신혼여행, 제주도에서는 ‘귀곡산장’ 이었다면 한결 같이 저렴한 이 곳 캐나다에서는 ‘시노라마’를 선택하였다. 야~~이 인간 정말 한결같구나 하는 욕이 나온다. 신혼여행의 트라우마가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려는데 그래도 여행 한 번 데리고 간다니 아이들도 나도 신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도 저렴한 우리가족의 구성원임을 어떡하랴~~

우리는 새벽 4시에 기상해서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갖가지 물건들과 간식거리를 챙기고 일찌감치 버스대기 장소인 차이나 타운으로 향했다.

이곳 ‘퀘벡시티’는 드라마 도깨비로 인해 갑자기 핫해지면서 관광명소로 떠올랐는데 주인공의 로맨틱하고 프랑스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곳으로 도깨비 주인공 ‘김신’이 주인으로 나오는 ‘페이몬트 샤또 프롱트낙 호텔’은 나중에 환갑기념 여행으로 다시 꼭 와보고 싶다. 또 부부가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여기까지 참 잘 살아왔다.’라며 격려하며 하룻밤 멋지게 보내고 싶어지게 한다.

이미 갖다 온 사람들의 평은 대체로 ‘생각보다 별로예요’라고 해 주었지만 큰 애가 초등학교 4학년 때 경주여행 이후로는 변변찮게 다녀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제 2의 신혼여행인 것처럼 퀘벡시티와 사랑에 빠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드라마 여주인공 지은탁이 편지를 넣었던 우편함 앞에서 사진도 찍고 김신이 문을 열고 나왔던 곳에서 손 벌려 포즈도 취해보고 건물의 창과 상점의 테라스는 다양한 꽃들과 장식들로 화려하게 저마다의 스타일을 뽐내고 개성이 넘쳐났다.

쁘띠 샹플랭거리는 걷기만 해도 로맨틱한 기운이 폴폴나오는 ‘거리의 악사들’의 로맨틱한 노래를 들으며 네 남자들과 함께 걸으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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